사이트맵
로그인
    • 목회컬럼 20 루앙에서 만난 잔 다르크

      날짜 : 2026. 04. 01  글쓴이 : 관리자

      조회수 : 8
      추천 : 0

      목록
      •     루앙의 마르셰 광장은 서글픈 역사를 기억하는 곳이며, 뒤 늦게 회복된 정의를 보는 현장이다. 그곳에는 생트 잔 다르크 교회(Église Sainte-Jeanne-d’Arc)가 있다. 1979년에 건축된 이교회는 잔 다르크가 1431년 5월 30일 화형당 한 사건을 기억하는 예배와 역사의 공간이다.
            나는 이 장소를 바라보며, 전사가 아닌 한 가냘픈 소녀를 생각했다. 그녀의 이야기는 100년 전쟁에서 프랑스를 구한 영웅담이 아니라, 진실이 얼마나 쉽게 왜곡될 수 있는지, 진실은 어떻게 회복되는지를 보여 준다. 내가 루앙에서 만난 잔 다르크는 승리의 깃발을 들고 돌진하던 소녀 전사가 아니라, 모진 고문과 편견으로 가득한 심문과 변덕스러운 백성들의 오해를 한 몸에 짊어지고 타오르는 불길 앞에 선 한 소녀였다.
            잔 다르크는 부르고뉴 세력에 붙잡힌 뒤 잉글랜드 측에 넘겨졌고, 루앙에서 종교 재판을 받았다. 재판은 1431년 1월 시작되었고, 결국 그녀는 이단 혐의로 정죄되었다. 그녀를 무너뜨린 것은 단지 적군의 힘이 아니라, 비열한 정치적 계산, 무자비한 종교적 권위, 그리고 이미 결론을 정해 놓은 듯한 재판이었다. 그것은 진실을 왜곡한 정치와 종교 권력이 저지르게 되는 역사적 비극이었다.
            하지만 잔 다르크의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인간의 법정은 그녀를 정죄했지만, 역사는 그 판결의 부당함을 드러냈다. 1456년 재심에서 초기 판결은 뒤집혔고, 그녀의 처형은 부당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훗날 그녀는 명예를 회복했고, 훨씬 뒤에는 가톨릭교회에 의해 성인으로 시성되었다. 이것이 루앙의 역설이다. 루앙은 잔 다르크가 가장 비참하게 무너진 도시이면서도, 동시에 그녀의 명예가 회복되고, 그녀의 이름이 가장 처절하게 기억되고 있는 곳이다.
            현대적 디자인과 르네상스 시대의 스테인글라스 양식으로 장식된 생트 잔 다르크 예배당은 그녀의 이야기를 담아내면서 나에게 조용히 말을 건네고 있었다. “비열한 권력이 그녀의 몸은 불태웠지만, 그녀의 진실까지 불태울 수는 없었다.”

        『진실한 입술은 영원히 보존되거니와 거짓 혀는 잠시 동안만 있을 뿐이니라』(잠 12:19)

    신고하기

    • 추천 답글 목록

    • 댓글(0)

    • 이름 :   비밀번호 :

    • 글을 작성시 등록하신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