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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도의 편지

      날짜 : 2025. 04. 01  글쓴이 : 관리자

      조회수 : 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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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느님
        당신은 당신의 일을 하고
        나는 나의 일을 합니다.

        하늘 가득 먹구름으로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건 당신의 일이지만
        그 빗방울에 젖는 어린 화분을
        처마 밑으로 옮기는 것은 나의 일,

        하늘에 그려지는 천둥과 번개로
        당신은 당신이 있다는 것을
        알리지만
        그 아래 떨고 있는 어린아이를
        안고 보듬으며 나는
        아빠가 있다는 것으로
        달랩니다.

        당신의 일은 모두가 옳습니다만
        우선 눈에 보이는
        인간적인 쓸쓸함으로 외로워하는
        아직 어린 영혼을 위해
        나는 쓰여지고 싶어요.

        어쩌면, 나는 우표처럼 살고 싶어요
        꼭 필요한 눈빛을 위해
        누군가의 마음 위에 붙지만
        도착하면 쓸모 다하고 버려지는 우표처럼
        나도 누군가의 영혼을
        당신께로 보내는 작은 표시가
        되고 싶음은
        아직도 욕심이 많음인가요.

        서정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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