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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한 영혼을 위하여

      날짜 : 2025. 03. 07  글쓴이 : 관리자

      조회수 : 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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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 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고정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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