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총을 내려 주시는구나. 야속하다 싶을 만큼 묘하게 표 안 나게 내려 주시는구나. 슬쩍 떠보시고 얼마 있다가 이슬을 주실 때도 있고 만나를 주실 때도 있고 밤중에 한밤중에 잠 못 이루게 한 다음 귀한 구절 하나를 한 가닥 빛처럼 내려보내 주실 때도 있다. 무조건 무조건 애걸했더니 이 불쌍한 꼴이 눈에 띄신 모양이다. 얻어맞아도 얻어맞아도 그저 고맙다는 시늉만을 했더니 말이다. 시늉이건 참이건 느긋하게건 절대절명에서건 즉시 속속들이 다 아신다. 다 아신다. 그러니 오히려 안심이다. 벌거벗고 빌면 그만이다. 은총을 내려 주시는구나.